길
윤동주
잃어버렸습니다.
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
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
길에 나아갑니다.
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
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.
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
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
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
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.
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
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.
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
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,
내가 사는 것은 다만,
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.
'詩' 카테고리의 다른 글
알 수 없어요 - 한용운 (0) | 2019.01.19 |
---|---|
가정 - 이상 (0) | 2019.01.17 |
사랑스런 추억 - 윤동주 (0) | 2019.01.17 |
십자가(十字架) - 윤동주 (0) | 2019.01.14 |
왕십리(往十里) - 김소월 (0) | 2019.01.14 |